» 작성자 : 김원호 | » 작성일 : 2009-08-21 | » 조회 : 11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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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 환경적 영향과 함께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으로 인해 장에 염증이 발생하여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밟게 되는 병입니다. 영양 섭취와 배설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장에 문제가 초래되는 질환이므로 환자와 치료자는 당연히 영양적인 면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염증성장질환은 장에 발생하는,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 질환으로서 통상적으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을 지칭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흔한 베체트장염도 포함될 수 있으며, 활동기 환자는 설사, 혈변, 복통 등의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염증성 장질환에서 설사, 변비, 복통, 구역질 및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흔히 식사와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장루술을 받은 크론병 환자에서 장루를 통하여 장내용물을 주입하면 재발을 촉진시킨다는 보고는 장내용물에 포함된 어떤 성분이 질환의 발생에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음식이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인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크론병 환자에서 유아기에 모유보다 우유를 먹은 예가 많고, 우유 단백질에 대한 혈중 항체가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정상인에 비하여 흔하며 유아기에 우유에 대한 과민반응의 빈도가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높은 것으로 보아 어릴 때 우유에 포함된 어떤 항원에 노출되는 것이 나중에 대장염이 발생하는데 관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인과관계를 확인하지는 못하였지만 유당 불내성이 설사 등의 증상 발현에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 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유당 흡수장애의 근거가 없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상당수(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1/4, 크론병 환자의 1/3)에서도 우유섭취를 제한하면 설사가 호전된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설사 등의 증상이 심한 환자에서는 우유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발병 전 총 탄수화물, 지방 및 정제된 당의 섭취량이 대조군에 비하여 더 많다는 역학적 연구가 있지만 과연 이것이 질병의 발생이나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마아가린의 과다섭취 또는 식이섬유 섭취량의 부족이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빈도와 연관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당류 중에서는 sucrose가 염증성 장질환의 위험인자인 반면 fructose는 오히려 음의 연관관계를 보인다고 합니다. 과자류에 특히 많이 포함되어 있어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Trans 지방산의 섭취량이 크론병의 발병율과 비례한다는 보고도 있으며 동물실험에서 trans 지방산이 점막세포내에 축적되고 점막구조의 특이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으나 염증성 장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을 일으키지는 못하였습니다. 그 외에 크론병과 cereal, 과일 및 섬유질, 유제품, 총 섭취 열량등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이 있었으나 음식이 염증성 장질환의 일차적인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재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염증이 소화와 흡수를 담당하는 장에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영양 결핍을 쉽게 경험한다는 것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흡수를 주로 담당하는 곳은 소장이므로 궤양성 대장염 보다는 소장을 침범하는 크론병에서 영양 결핍이 더 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치료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의하여 영양 상태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이를 통하여 최적의 영양 상태를 지속시켜 나가도록 노력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대장은 수분의 흡수와 대변의 저장 역할을 맡고 있고 소화와 흡수를 주로 담당하는 곳은 소장입니다. 따라서 그 이름처럼 대장에 주로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에는 영양 결핍은 비교적 드물고 반면에 주로 원위부 소장과 대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크론병의 경우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및 지방뿐 아니라 무기질(철분, 아연), 전해질(마그네슘, 칼슘, 칼륨 등), 비타민(비타민 A, D, E, K, B12, 엽산) 등의 흡수장애를 초래하고 영양 결핍을 흔히 일으킵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영양 실조가 일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표 1). 영양 결핍의 첫째 원인은 섭취량의 감소입니다. 섭취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염증성 장질환에 흔히 동반되는 오심, 구토 혹은 식욕부진 등으로 인하여 식사량이 감소하거나 식후의 증상 악화를 염려하여 환자 스스로 식사를 제한할 수 있으며 때로는 치료목적으로 금식 또는 절식을 권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영양 결핍의 둘째 원인은 췌장기능의 장애 또는 담즙산(bile salt)의 부족에 의한 소화장애와 점막의 염증 및 이로 인한 정상 장표면적의 감소 또는 세균과다증식으로 인한 흡수장애입니다. 출혈, 설사, 또는 누공으로 인한 영양소의 과다소실이 셋째 원인입니다.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주로 단백질의 소실이 나타나고, 설사 또는 누공은 수분 및 전해질과 더불어 zinc 결핍을 초래하며, 철분부족은 출혈에 기인합니다. 그밖에 염증, 발열 등으로 인한 영양소모량의 증가와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영양부족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염증성 장질환에 사용되는 약제가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약제 중에서 설파살라진은 엽산의 흡수를 방해하고, 스테로이드는 칼슘 흡수저하와 소변을 통한 마그네슘 과다배출을 초래하며 단백질 대사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또한 항생제는 비타민 K 상태를 변화시켜 흡수를 방해합니다.
최근에 이르러 영양 결핍에 의하여 사망하는 환자는 없지만 영양 부족 상태인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상당수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체중감소, 악액질, 빈혈, 비타민 결핍(vitamin A, B12, D), 저알부민혈증, 성장장애, 전해질 및 미량원소 결핍 등의 영양부족은 궤양성 대장염에 비하여 크론병에서 더 흔합니다(표 2).
영양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은 치료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므로 이를 적절히 평가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양요법으로는 크게 나누어 장관을 통하지 않고 정맥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주입하는 완전경정맥영양요법, 일반적인 음식이 아닌 성분식이, 중합식이, 유동식이 등을 경관을 통해 위나 장내로 주입하는 경장영양요법, 부드럽고 자극이 없는 음식을 경구로 주입하는 경구식이 등이 있습니다.
완전경정맥영양요법은 중심정맥도관을 이용하여 고칼로리 수액을 공급하는 것으로, 대장염이나 소장의 광범위한 염증, 또는 누공 등의 합병증으로 경구적 식사가 불가능할 경우 시행됩니다. 그러나 중증인 환자는 탈수, 패혈증 등이 잘 동반되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며 전해질 균형에도 유의하여야 합니다. 장기적인 완전정맥영양요법시에는 비타민 부족에 대하여도 고려하여 보충해주어야 하며, 치료시작 전부터 미량원소의 결핍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Ca, Mg, Zn 등의 보충도 필요합니다.
장을 완전히 쉬도록 하면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완전경정맥영양요법이 소개된 이후 이를 크론병에 대한 일차적인 치료목적으로 사용하여 관해율 63~89%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완전경정맥영양요법에는 상당한 비용과 합병증이 따르고, 크론병에서 완전경정맥영양요법으로 관해가 유도되더라도 2년 재연율이 40~62%로 높으며, 수술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 피하게 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분식이(elemental diet)를 이용한 경장영양요법으로 완전경정맥영양요법과 유사한 관해 유도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차례의 수술이나 소장을 광범위하게 침범한 크론병 환자에서 장부전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차적인 치료보다는 보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일차적인 치료법으로서의 완전경정맥영양요법 또한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술이 필요한 크론병 환자에서 영양 상태를 개선함으로써 수술에 따른 합병증을 줄이고 염증을 완화시킴으로써 수술 범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수술 전 완전경정맥영양요법을 시행한 결과 영양평가지수(nutritional parameter)가 개선되기는 하지만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지는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비용을 높이고 및 입원기간을 연장시키는 수술 전 완전경정맥영양요법을 모든 환자에서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영양 결핍이 아주 심한 환자에서 장관을 이용한 영양공급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5-10일 정도 시행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완전정맥영양요법은 수술 후 누공이 생긴 환자나 수술하기 어려운 누공이 있는 환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누공은 완전정맥영양요법 만으로는 치료되지 않으며 결국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에서 경장(경구적 또는 경관적)영양요법은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습니다. 경장영양요법에 사용되는 식이에는 성분식이(elemental diet), 저분자 및 고분자 중합식이(low and high molecular weight polymeric diet), 유동식이(liquid diet), 제외식이(elimination diet) 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성분식이와 중합식이는 Biosorb, Ensure, Fresubin, Nutrodrip, Nutricomp, Peptisorb, Salvimulsin, Salvipeptid, Survimed 등 맛과 영양성분을 조금씩 달리하여 여러 제품이 개발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는 Ensure, Energen, 뉴케어, 그린비아 등이 시판되고 있고, 이런 경장영양요법도 재택경장영양요법(home enteral nutrition)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활동기에는 섬유질이나 유당이 없고 가능하다면 medium-chain triglyceride로 지방을 공급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튜브를 이용한 완전경장영양요법은 완전경정맥영양요법에 이어서 사용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투여하기도 합니다. 코를 통해 튜브를 공장 상부까지 삽입한 후 주입펌프를 이용해서 성분영양을 천천히 투여합니다. 처음부터 많이 투여하면 복부팽만감,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저농도 저용량의 성분식이로 용량은 300-500ml에서 시작하여 1일 투여량이 2000kcal가 될 때까지 점차 증량합니다. 일차적 치료로서의 영양요법은 관해상태가 확인되고 영양 상태가 개선될 때까지 시행하며 그 후 유지요법으로 이행합니다. 상대적으로 지방성분이 적은 것이 권장되지만 지방성분이 매우 적은 경우 필수지방산의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정맥을 통한 지방유제의 주입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튜브를 사용한 영양공급의 절대적 금기증에는 심한 출혈, 장천공, 독성 거대결장, 장폐쇄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증상의 악화를 피하기 위하여 스스로 알아서 제한적인 식사를 하기가 쉬우나 염증성 장질환에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정해진 식사 지침은 아직까지 없으므로 경도 및 중등도의 환자에서는 불필요한 식사 제한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염증성 장질환의 활동기에는 부드럽고 자극성이 없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장관의 협착이 있는 경우에는 섬유질을 제한한 저잔사식(low residual diet)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변비가 동반된 궤양성 직장염에서는 고섬유식이가 필요할 때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식이내 섬유소는 항염증작용 등의 여러 효과가 있으므로 경도의 궤양성 대장염환자에서는 섬유소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구로 섭취하는 지방질의 증가도 염증재발에 관여하므로 저지방식사가 바람직하며, 질에 있어서도 n-3계 지방산이 풍부한 어류가 권장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보조치료제로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는 영양 성분으로서 부티레이트, 프로피오네이트 등의 단쇄지방산, 생선유 등의 유용한 지방산 및 항산화제 등이 있으나 아직 연구 중에 있으며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로서의 유용성을 입증할 자료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특징적으로 젊은 나이에 발병하므로 많게는 환자들의 25%에서 소아 또는성장기에 질환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어린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갖는 중요한 특징은 합병증으로 성장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러한 환자들에서 치료 목표는 장염증의 조절뿐만이 아니라 올바른 사춘기 발달을 통한 정상적 성장입니다. 성장장애는 평생 지속되는 육체적인 열등감과 더불어 성장기 환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호소하는 정신적 고충의 원인이므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성장기 환자 즉 사춘기 이전의 크론병 환자의 약 15~40%,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10%에서 성장장애가 나타납니다. 염증성 장질환에서의 성장장애는 키와 체중이 비례적으로 작고 골격의 성숙과 이차성징의 지연 발현과 동반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간의 스테로이드의 사용, 호르몬 결핍, 영양장애(zinc 결핍 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성장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나 질병의 활동기에 영양 섭취량이 불충분하여 성장기의 증가된 영양 요구량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일단 성장장애가 나타나면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는 영양을 보충하여 주는 것이 질병이 있는 부분의 수술이나 약물치료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크론병에서 성장장애가 진단되면 즉시 영양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경구식이, 정맥영양요법, 성분식이요법, 비위관을 이용한 야간영양요법 등으로 성장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장애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의심 되는 소아환자에서 지체없이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겠습니다.
음식이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결정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